헤어졌지만 여전히 힘들어요.

by 임화연 posted Aug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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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녀입니다.
20대를 바쳐 연애한 오빠와 헤어진지 1년이 되어가네요.
앞으로의 이야기는 오빠의 여동생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여동생과 저는 고등학교 동창이었어요.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워낙 좁은 동네라 서로서로 잘 알고 있었죠. 그 아이가 일하던 카페에서 오빠와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저희는 사귀게 되었어요.
오빠의 여동생은 저랑은 성격이 너무 달라 친해지기 어려운 아이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오빠랑 저는 만나는 내내 더욱 굳건해졌어요.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요.

그런데 21년 4월 초,
오빠가 연락이 왔어요. 여동생이 임신을 했다고.
임신12주차고 10살 연상의 남친과는 만난지 100일이 좀 넘었다고요.
그 당시 오빠의 여동생과 그 남친분 둘다 무직이었어요.
저는 앞이 하얘졌어요.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던 연애라 오빠의 좋은 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큰 흠집이 생겼구나 싶었어요.
오빠는 오빠의 부모님이 받으신 충격 걱정에, 저는 저희의 앞날을 걱정했죠.
당장에 아기가 생겼으니 먼저 결혼하겠다고 하면
처음엔 조금 힘들지만 괜찮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어요.
근데 여동생은 본가를 떠나 자유롭게 살고싶은 마음뿐이었죠.
결혼이 도피처라고 생각했더군요.
이런 딸을 어떻게 시집보내겠어요.
결국 4월 중순쯤,
아기를 지우겠다고 하더군요.
그 무렵 오빠어머님께서 그 아이를 지역축협에 계약직으로 취업시키셨더라구요.
계약직이라지만 올바르게 심사하셨다면 미혼에 임신한 아이를 뽑진 않으셨겠죠. 지역농축협이 비리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출근한지 며칠되지않아 직장에는 자궁에 혹이 생겼으니 급하게 수술을 해야한다고..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병가를 냈더군요.
몇일 동안 그 아이는 남친자취방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왔어요.
아기는 약먹고 지웠다고..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3개월이면 심장도 뛰고 성별도 나왔을 텐데..
근데 그 아이는 낙태한 그 주에 친구들과 풀빌라에 놀러 갔더군요.
그 날 sns에 행복하다며 비키니 입은 사진을 올리는 그 아이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 아이의 철없는 행동에 부모님과 오빠, 저까지 힘들었는데..
원래 철이 없고 걱정없이 태연한 성격이라지만 너무 치가 떨리더군요.

그 때 다짐했습니다.
이 집과 엮이지 말자고.
그 이후 저희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오빠와 워낙 사이가 좋았던 터라 헤어짐이 쉽지않았지만
결혼적령기에 집안끼리 부딪히면 답이 없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어요.

1년이 지난 지금,
가끔 친구들의 sns에 올라오는 그 아이의 사진을 보고있자니 잊었던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더라구요.
10살 연상의 아기아빠랑도 헤어진 것 같아요.
친구들과 직장사람들은 아무도 몰라요.
그 아이 첫 출근날도 임신 중이었는데 온전하게 서류를 내고 취업한게 아니라 채용신검조차 안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게 직장다니고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그 아이의 모습이 화가 납니다.
솔직히 조금이라도 부모님, 오빠에게 미안한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조금이라도 생명을 죽인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슬퍼했더라면 제가 이정도까지 화를 내진 않았을거에요.

지금은 저와는 관계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가끔, 아니 자주 생각이 들어요.
그 아이의 인생이 망가졌으면 좋겠다고..
저의 21년이 그 아이로 인해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나쁜 생각인줄은 알지만 뱉어봅니다.

긴글 두서없지만 넋두리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이 좀 풀리면 이 글은 내리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