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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나 십여년 넘게 사는 곳은 달라도
자주 통화하고 제가 참 의지를 많이 했던 언니가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회사에서 너무 힘든 일이 있어
점심시간이나 오후 짬날때 통화하며 위로를 많이 받아 견뎌낼 수 있었어요.
고맙고 해서 그 해 여행다녀오면서 가방 사갖고 들어와
선물했습니다(아울렛 비싼 건 아닙니다)
가방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며 너무 좋아해서 기뻤습니다

그런데 작년 초 갑자기 언니 남친 사업 자금 상황이 안좋아
천만원 만 반년간 빌려달라 하더군요.
저도 집 구매로 유동할 수 있는 현금이 없던 터인데다..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 되어 회사가 권고사직을 통보한 상태여서 재직중에나 가능한 대출을 빨리 받아 빌려 줬습니다.
(이자는 언니가 납부)

그리고 그동안 나 힘든 것만 털어놨지
이 언니는 내게 말도 못 했겠구나 미안한 마음과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제 전화가 얼마나 부담되었을까 싶어
연락을 안했습니다. 돈 빌려준 사람이 자주 연락하는 것도 그런 거 같고 퇴사한 얘기도 안하게 되었고요.

2개월 뒤 여름에 더운데 잘 있냐는 문자가 언니의 연락이 다였습니다.
그리고 11월 한 달만 더 기다려 달라 해서
처음부터 12월 말까지 였으니 걱정말라 했습니다.

언니는 12월에 그렇게 천만원을 입금했으며
저는 이자 납입내역과 이자로 나갈 돈 미리 넣은 언니의 돈의 잔액 14,000원 송금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처음으로 통화를 했습니다.
“덕분에 위험할 때 잘 넘겼다고.. 반년 동안 본인은 프리랜서에서 취업해 적응 하는데 일요일만 쉬고 끝나면 11시가 늘 넘어 연락을 못 했다며 잘 지냈냐고”


실은 반년동안 머리속이 어지러웠어요.
처음 생각했던 마음에서 어긋나는게
돈 빌려간 후에는 예전처럼 연락 한 번 없고
그 전에 제가 그렇게 힘들어 의지했던 상황 을 알텐데
안부도 없고
작년 한 해 퇴사에 너무 안좋아 두어번 철학관을 갔는데
돈 빌려주면 안된다 못 받는다 소리를 듣고 다 같은 소릴 하니 언니를 믿어도 연락 없는 사이 속이 타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덕, 인복 많은 언니가 나에게 돈을 빌린 이유는
말 날 일 없는 (지인들과 연결고리 하나 없는 나였을뿐)
때문이겠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잘 지냈냐고.. 요즘 어떠냐고 하는데..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더니.. “말 하기 싫음 하지마” 란 소리에 더 당황해
별일 없어... 하며 유쾌하게 통화 하고 끊었습니다..

‘네 일 알고 예전처럼 시간 보내고 싶지 않아’
저 혼자만의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 의지했던 언니에게
뭔가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상대는 생각지도 않은 부분일터인데
이렇게 저 혼자서만 갖고 있는 생각들
어떻게 제가 스스로 풀어가는 게 좋을까요.
유일하게 가족보다도 믿고 의지하며 마음 열었던
친구이자 언니입니다.(가족과는 거의 연이 없이 지내고 있어 고아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서운한데 이런 마음 갖고 있다
실수 해서 잃어버릴까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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