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세 살 때 선생님처럼 존경했던 19살 차이 회사 이사님을 이성으로 맞이한지 벌써 4년이 넘었네요.
그동안 우여곡절 온갖 일들이 많았었죠. 엄마한테 말씀 드렸다가 울면서 넘어가실 뻔한 적이 두어번 있었답니다.
그 전엔 제가 맘먹은대로 말씀만 드리기만 하면, 자신감만 있다면 허락해 주실 줄 알았는데 제가 엄마를 너무 몰랐더라구요.
거의 모든 엄마들이 딸애가 자식들이 있는 이혼남한테 시집가겠다고 하면 반대를 하시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저의 의견은 존중해 주실 줄 알았거든요.
제가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어서 더 그런다고 아마도 생각 하시나 봅니다.
하지만 전..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도 또래들보다 유독 선생님이나 나이많은 작가들을 짝사랑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냥 혼자 짝사랑으로 끝내야 했을 땐 약도 먹은적 있었어요.
어린 맘에도 그들이 유부남이라 안된다는 맘으로 혼자 삭여버렸거든요.
지금 저의 남자...
머리 좋고 배운 것은 있어도 가진 것이 없어서 서로 애가타고 있답니다.
무엇 하나라도 내세울 게 있어야 울 집에 인사나 드리러 올건데 지난 4년여 동안 그걸 못해서 제가 마음의 병이 생겼나봐요. 한 번 신경쓰면 숨쉬기도 곤란하고 심장까지 아파서 좋다는 병원 다 가봤는데 원인을 찾질 못하더군요. 급기야 신경정신과에 찾아갔더니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과 감정 조절능력 부족,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강지처 버리고 잘 사는 놈 하나도 못봤다 하시는 분들 있을 겁니다. 이 사람 20대 초반에 정략결혼 해서 그래도 서로 사랑은 했었나 봅니다.
공부도 잘하고 머리가 좋아서 재벌인 처가에서 사위의 지위향상?을 위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려 했는데 이 사람은 곧이곧대로 하는 사람이어서(어떻게 말하자면 융통성이 없는 사람) 소위 바르게만 살면 되는줄 알고 살다가 처가와 전처로부터 외면을 받은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사업을 해서 돈을 암만 많이 벌면 뭐합니까.
몇천이든 몇억이든 돈을 빌려주면 뭐합니까.
받을 생각을 안했는걸요. 돈 빌렸던 사람 형편 풀리면 알아서 주겠지..하며 십 년이 넘어도 채권만 수두룩 쌓아놓고 있는 사람인걸요.
또 집안의 경조사에 자기가 가진게 더 많으니까 자기 혼자만 알아서 해결하면 뭐합니까.
이제와서 그가 이렇게 산다고 철없었다고 정신 차리라고 하는 형제, 자매 뿐인걸요.
그리고 그는 이제서야 여태껏 잘못 살아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네요.
이야기가 다른데로 흘러버렸네요......
우리 사정이 이러해서(저 돈벌다가 건강악화로 일도 못한지 몇 달 됩니다. 그 전엔 제 월급으로 그의 차 기름값이며 통신비를 댄 적도 있었지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잘되면 제가 서른 후에나 결혼하자고 제 입으로 이야기 했었답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저 괜찮았는데 갑자기 결혼이 왜 이렇게 하고싶어 지나요. 정말 뭐에 홀린것마냥, 노처녀 히스테리마냥, 정신이 없습니다.
무작정 이 사람 부모님께 찾아가 결혼 허락해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울 엄마한테도 그러고 싶습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있는 게 아니냐고 다그치기도 하는데 저는 그냥 허락받고 편안하게 둘이 지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더 그런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약을 먹고 안정을 좀 취할려고 해도 이젠 그와 단칸방에서라도 함께 살고싶단 생각이 간절히 듭니다.
너무 저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전 여태껏 집안의 장녀로써 고생할만큼 했고 희생할만큼 했다고 생각 합니다. 결혼만큼은 제발... 제발... 저의 뜻대로 허락을 받을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지칠 때도 되었다고 여겼던 때가 수두룩한데 저 정말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습니다.
너무 간절하게 바랍니다. 제발 ... 제발................